
지상에 돌아와 731 Form에 사인을 하며 윙 언저리를 흘끗 보니, 수줍어하면서도 레이돔을 까딱 하고 인사를 건네는 그녀가 보였다. 그런 암람짱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녀를 지켜주고픈 감정이 싹터올랐고, 그 감정은 어느새 사랑으로 화했다. 명일 비행 스케줄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와 처음으로 그녀에게 'ACM 같이 안 갈래?'라고 물었을 때, 당황하면서도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암람짱의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인연은 나날이 깊어져 갔고, 대대와 무장대는 물론 항공단 전체에서 우리 둘은 이제 공공연한 관계가 되었다. 둘의 추억은 이윽고 전기경기회로 이어졌고, 심지어 레드플래그에서조차 우리 둘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하는 하늘은 세상 그 무엇보다 푸르렀다. 그러나 우리 둘은 알고 있었다. 언젠가 나는 릴리즈 버튼을 눌러 그녀의 모터에 28V DC 전류를 흘려넣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 손으로 그녀의 길지 않은 삶을 끝내는 그 날이 곧 찾아오리라는 것을.
그러나 우리 둘은 애써 그 사실을 무시한 채 서로에게 몰두할 뿐이었다.
그 날은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대기실이 떠나가라 울리는 스크램블 경고에, 나는 초조해하는 그녀에게 한마디 말도 못 건네고, 그녀를 매단채 활주로를 박차고 뛰쳐올라갔다. 데이터링크를 통해 적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파일럿으로서의 내 본능이 마스터 암을 해제하고 릴리즈 버튼에 손가락을 갖다대는 동안, 내 의식은 끊임없이 단 한마디만을 되풀이했다. 'RTB, RTB, RTB, ....'
AN/APG-63 레이더를 켜고, 적기의 조종사가 RWR의 경보음으로 귀청이 떨어져나가던 그 때, 갑자기 MFD에 한 번도 보지 못한 화면이 떠올랐다. '괜찮아요' 그리고 그 순간, FOX 3를 외치는 편대장의 명령에 내 손가락은 내 의지를 배신하고 기어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아, 안 돼...!' 눈부신 섬광과 함께 런처를 떠나간 그녀의 마지막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 마음 속에서는 피맺힌 절규만이 메아리쳤다. 그리고 조금 후, 레이더 스크린에서 광점 하나가 사라지면서 그녀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머릿속이 텅 빈 채로 그저 멍하니 스틱을 붙잡고 있던 나를 깨운 것은, 이번엔 내 귀청이 떨어질 차례라는 듯 비명을 질러대는 RWR의 경고음이었다. 조금 전의 충격도 온데간데없이 나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격렬한 회피기동과 통합 전자전 시스템이 뿌려대는 채프와 ECM도 아랑곳없이 R-77은 무서운 속도로 육박해 들어왔다. 마침내 R-77의 탄두가 기폭되면서 섬광이 콕핏을 덮치는 순간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누구도 듣지 못할 처음이자 마지막 프로포즈였다. '암람, 스키( 好き)' 이제 그녀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싸인 채, 나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그녀와 함께한 푸른 하늘을 마지막으로 두 눈에 담았다....
악닝라ㅓ닝라ㅓ니아러ㅣㄴ어ㅏㄹ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항전겔 문학선에 명작하나 추가.

好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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